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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기업&CEO]‘맛있는 가을’이 한상 가득… 명사들이 반한 ‘손맛’

작성자
관리자
작성일
2024-05-12 15:14
조회
89
이 집을 드나드는 명사들은 한결같이 ‘미식에도 격이 있다’고 입을 모은다. 이쯤 되면 ‘왜 진작 몰랐을까’ 아쉬움이 생긴다.

이시돌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정통 남도반가(南道班家)의 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. 단일화된 상차림이 아닌 보리굴비 간장게장 떡갈비 훈제오리고기 연잎밥이 모두 어울려 남도의 향기를 더한다. 여기에 송어젓갈과 김 깻잎 매실 더덕 무말랭이장아찌, 호박꽂이 표고버섯 뽕잎 토란대 참취 나물 마른가지 무침 등이 큰 상을 가득 채우고 철과 시기에 따라 반찬에 변화를 준다.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보리굴비와 게장정식이 인기다.

잘 우려낸 야생 녹차 물에 쪄낸 보리굴비는 꾸들꾸들하면서 잡냄새가 나지 않아 밥도둑이 따로 없다. 찻물에 밥을 말아 짭짤한 보리굴비 한 점을 얹어 먹자면 가을철 이만한 음식궁합이 또 없다. 염대수 대표는 보리굴비는 영광 법성포 굴비특품 사업단에서 검증된 것만을 직송해 사용하며 남도음식이라면 전해지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.

‘게장정식’을 시키면 나오는 꽃게장도 고차원적인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. 살이 탱탱하면서 비리지 않고 너무 짜지 않아 입에 착 감기는 맛으로, 간장에 푹 담가 짠맛이 잔뜩 든 꽃게장과는 사뭇 다른 맛이다. 자극적인 양념을 피하는 음식의 또 다른 비결은 소금이다. 값비싼 토판염(갯벌을 단단하게 다져 만든 염전 바닥에서 재래 방식으로 생산한 소금)만을 고집하고 있다. 미네랄이 풍부한 토판염은 정제염과는 달리 쓴맛이 없고 짭조름하고 달달한 맛을 내며 음식의 풍미를 살려준다.

제대로 된 음식으로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비결은 주인 염 대표와 부인 이경순 씨가 자랑하는 남도지방의 음식에 대한 지극정성과 남도 사람만이 가지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고향의 맛을 손끝에 담아 낼 수 있는 유전적 자산이 함께하기 때문이다. 염 대표는 ‘음식은 맛있어야 한다. 비굴한 서비스로 음식을 포장하지 않겠다’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. 이처럼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은 무조건 맛있어야 되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단순한 괴팍함이 먼 곳에서 이시돌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. 염대표는 이시돌을 먼 곳에서 찾아주심에 보답하고자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고 고객과의 동행을 한다는 취지로 간장게장을 원가로 포장하여 넉넉한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고 밝혔다.

이시돌의 주변 환경도 운치 있다. 낙엽 쌓인 개울가 노천카페에서 토끼와 염소들을 만날 수 있고,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저마다의 추억을 따끈한 차향에 담아 한가로운 여유를 즐길 수 있다. 보리굴비밥상 1만6000원, 게장정식 2만 원, 남도반가 상차림 2만5000원. 문의 031-761-0112

최윤호 기자 uknow@donga.com